고바야시 잇사의 삶과 하이쿠 시모음

고바야시 잇사는 하이쿠 문학의 대가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개구리의 시인, 가장 위대한 파리의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글이 유독 약한 존재나 하찮게 대우를 받는 생명에 애정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달팽이에 대해 54편, 개구리에 대해 200편, 반딧불이에 대해 230편, 모기에 대해 150편, 파리와 벼룩에 대해 190편을 썼다고 한다. 그의 하이쿠들을 모아봤다.

가난하고 고독했던 고바야시 잇사의 떠돌이 생애

고바야시 잇사는 1763년 일본 나가노현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 밑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15세에 에도로 떠나 하이카이(일본 전통 단시)를 배웠다. 에도에서 약 10년 동안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면서, 하이카이의 기술을 연마했다.

1791년 고향으로 돌아온 잇사는 긴키, 주고쿠, 시고쿠, 규슈 등 일본 각지를 유랑하며 하이쿠 작가들과 교류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이 시기에는 여러 저작을 집필하며, 그의 작품에는 강렬하고 격정적인 감정과 순진한 심성이 반영되었다. 잇사는 에도시대 일본 3대 하이쿠 시인(마쓰오 바쇼, 요사 부손, 고바야시 잇사)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작품은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차례의 결혼과 이혼, 자녀들과 아내의 사망 등 많은 고난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에 깊이 있는 감정과 인생에 대한 사색을 불러일으켰다. 고향에서의 삶, 가족 간의 유산 문제, 그리고 건강 악화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잇사는 그의 문학적 열정을 잃지 않았고, 1827년 중풍으로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하이쿠를 통해 삶과 자연,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남겼다.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 시모음

하이쿠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시다.
행 3개에 각각 5-7-5 음절로 구성되며 계절의 특성으로 즐겨 표현한다.

보릿가을아 아이를 업은 채로 정어리 파네
눈 흩날리네 농담도 하지 않는 시나노(信濃) 하늘
지는 참억새 싸늘해지는 것이 눈에 보이네
무를 뽑아서 무로 내 갈 길을 가르쳐 주었네
파란 하늘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는 가을의 저녁
맑은 아침에 탁탁 소리를 내는 숯의 기분아
아름다워라 종다리가 울음 울던 하늘의 흔적


저녁의 벚꽃 오늘도 또 옛날이 되어버렸네
해 질 녘이여 반딧불이에 젖는 얇은 다다미
산이 불타네 눈썹에는 주르르 밤비 내린다
연꽃 있으나 이(虱)를 비틀어 버릴 뿐이네
조용함이여 호수 밑바닥에 구름 봉우리
여름 산에 기름기가 도는 밝은 달이여
번개로구나 무심코 있기만 한 나의 얼굴로
새벽달이여 아사마(淺間)의 안개가 밥상을 긴다

모심는 어머니 아이 우는 쪽으로 모가 기운다
아름답구나 창호지 문구멍으로 내다본 밤하늘의 은하수여
주무시는 모습 파리 쫓아 드리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첫 꿈에 고향을 보고 눈물짓는구나
저녁 벚꽃 놀이 집이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네
이 세상은 지옥 위에서 하는 꽃구경이어라

야윈 개구리 지지마 잇사 여기에 있다
태어나서 목욕하고 죽어서 목욕하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죽이지 마라 파리가 손으로 빌고 발로도 빈다
새끼 참새야, 저리 비켜, 저리 비켜, 말님 지나가신다
숨죽인 채 말에게 몸을 내맡긴 개구리여라
저녁의 벚꽃 오늘도 또 옛날이 되어버렸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꾸나, 어미 없는 참새

자아, 이것이 마지막 거처인가, 눈이 다섯 자
어서 제발 한 번만이라도 눈을 떠라 떡국상
가지 마, 가지 마, 모두 거짓 초대야, 첫 반딧불이
나는 외출하니 맘 놓고 사랑을 나눠, 오두막 파리

보름달 따 달라고 우는 아이로구나
벼룩 네게도 분명 밤은 길겠지 외로울 거야
꽃 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물으면 이슬이라고 답하라 동의하는가
간단치 않게 인간으로 태어난 이 가을 저녁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의 모기에도 물리다니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어린 두 딸을 잃고 아들마저 죽은 뒤 쓴 시)
나무 그늘 아래 나비와 함께 앉아 있다 이것도 전생의 인연
내집 천장에서 지금 자벌레 한 마리가 대들보 길이를 재고 있다
내가 죽으면 무덤을 지켜 주게 귀뚜라미여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남는 것이다 저 하늘까지도(쉰 살 생일을 맞아)
매미 한 마리 우는데 다른 매미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이 늦은 가을
하루 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이다.
그녀가 젊었을 때는 벼룩에 물린 자리조차도 예뻤다네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있네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걱정하지 말게, 거미여 나는 게을러서 집안청소를 잘 안 하니까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말라 그 벼룩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
쌀을 뿌려 주는 것도 죄가 되는구나 닭들이 서로 다투니
겨울비 속의 저 돌부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꽃그늘 아래선 생판 남인 사람, 아무도 없네.
울지마라, 풀벌레야 사랑하는 이도 별들도 시간이 지나면 떠나는 것을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가지 위에서 아직도 벌레가 노래를 하네​
이 덧없는 세상에서 저 작은 새조차도 집을 짓는구나​ ​
덧없는 세상​ 덧없는 세상이라고 한다지만​
내 별은 어디서 한뎃잠 자나 여름 은하수
돌아가신 어머니, 바다를 볼 적마다 볼 적마다
여기가 내 마지막 거처런가, 눈이 다섯 척

눈이 녹으니 온 마을 가득한 아이들 소리
가을 바람 걸어서 도망치누나, 반딧불이여
고요함이여, 호수 바닥의 흰 구름 봉우리
흰 이슬방울을 함부로 짓밟지 말렴, 여치여
말 없이 앉아 먼 산만 바라보는 개구리로구나.
내 집이 너무 작아서 미안하네, 벼룩씨 하지만 뛰는 연습이라도 하게
미안하네, 나방이여 난 너에게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그냥 불을 끄는 수밖에
내 집은 너무 작아 내 집에 사는 벼룩들도 식구수를 줄이네​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벗꽃 아래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내 오두막에선 휘파람만 불어도 모기들이 달려온다네!​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 주게 귀뚜라미여​
마타리 풀이여, 넌 무엇에 대해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니?​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가지 위에서 아직도 벌레가 노래를 하네

(비둘기가 말하길) 올빼미여, 얼굴 좀 펴게나, 이건 봄비 아닌가
달과 꽃이여, 마흔아홉 해 동안 헛걸음이라
이상하다, 꽃그늘 아래 이렇게 살아 있는 것
극락세계에 가지 않은 축복, 올해의 술

후지산을 소재로 한 하이쿠 모음

고바야시 잇사의 삶과 하이쿠 시모음

잇사는 후지산(富士山)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약 80편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바쇼가13편, 부손이 8편에 그친 걸 보면 후지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었던 것 같다.
후지산은 해발 3776미터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이다. 예로부터 일본의 상징으로 신앙의 대상인 동시에 예술의 원천으로 일본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그럼 후지산과 관련한 잇사의 하이쿠를 살펴보자.

여름밤이여 구운 주먹밥 정도의 후지산
복국이여 기둥과 나(我)와 그리고 후지산
작은 대야여 후지산 위에 쌓인 우무 가사리
시원함이여 국물 그릇에도 비치는 후지산
아침 후지여 도소 술 주전자의 주둥이 끝에
무사시노는 후지와 가다랑어로 밤이 밝는다
아침 후지를 보는 버릇이 생긴 이불이여
누각이여 후지가 보이는 쪽에 작은 고타쓰
늘어선 억새 집 오늘따라 후지는 기분이 좋아
아침 후지산 꼭대기에 던지는 모내기 볏단
뒷문의 후지 보리밭의 바람이 불며 지난다
저녁 후지에 손을 걸치고 우는 개구리여
저녁 후지에 한쪽 다리 걸치고 우는 개구리여
아사쿠사의 후지를 밟고 우는 개구리여

잠자리여 휘익하고 노려보는 후지산
새벽이여 후지로 후지로 벼룩이 난다
저녁 후지에 엉덩이를 나란히 우는 개구리
사마귀가 후지산 기슭에 걸렸구나
큰 복어여 후지를 정면으로 입을 벌리고
이리로 이리로 등에의 안내 따라 후지산 참배
달팽이여 이제 슬슬 올라 가렴 후지산으로

새해 첫 꿈에 고양이도 꿈속에 후지를 꾸는 듯
스루가 길은 나비도 꾸겠지 후지산의 꿈
달마기여 빗자루로 그린 후지산
복어를 안 먹는 녀석에겐 보이지 마 후지 산

구부 능선의 후지의 첫눈을 먹었다네
고마고메의 후지에 비껴나는 모깃불이여
여기로 여기로 등에가 안내하는 후지
신의 나라여 후지의 봉우리에도 머물곳 있고
허리를 밀어주는 바람이여 후지 참배
구령소리여 구름을 제치고 후지를 내려온다
구름 안개를 제치면서 후지를 내려오는 소리
무사시노는 후지와 가다랭이로 날이 샌다네
시원함이여 어디에 살아도 후지와 함께